[정치외교] 인도의 실용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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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verylecturenote입니다.
최근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의 정부 외교는 국익을 중시하는 실용 외교(균형 외교)라고 합니다.
실용
외교를 펼치는 데 참고할 만한 국가가 있습니다. 바로 이전부터 실용 외교를
펼쳐왔던 인도가 그렇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인도의 행보와 그
의미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인도의 외교 노선 원칙: 실용 외교(균형 외교)
인도의 외교는 철저히 자국의 이익과 필요에 기반을 둔 실용적인
노선을 추구한다.
과거 네루 총리의 '비동맹 노선'은 단순히 중립을
의미하기보다는 "인도는 남아시아에서 독자 노선을 걸을 수 있게 인정해
달라"는 지역 패권국으로서의 의지를 담고 있었다. 인도의 국내 정치가
주변국(파키스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네팔 등)의 관리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에, 인도에게 독자적인 외교 노선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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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주변국 |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원유를 사용하고 러시아 비난 성명에
동참하지 않으면서도, 미국 주도의 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중심의 경제 협력체)에 가입하는 등 다면적인
외교를 펼치고 있다. 이는 "저 나라는 왜 저러지? 어느 편이지?"라는 대중의
의문을 자아내지만, 결국 인도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어장 관리'에
가깝다.
2. 인도-미국 관계: 불신과 기회의 공존
2.1. 미국에 대한 불신
인도는 역사적으로 미국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반감을 가지고 있다.
2.1.1. 카슈미르 분쟁
1947년 인도-파키스탄 분할 독립 후 카슈미르 영토 분쟁 시 미국은 공산권 견제 목적으로 파키스탄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는 인도인들에게 "미국은 믿을 수 없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카슈미르 토후국(식민지 시절 영국의 지배, 보호하에 있던 작은 왕국으로 인도 각 지역 제후들이 그대로 지배)은 영국으로 부터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 독립시 인도와 파키스탄에 편입되지 않고 독립국으로 남으려고 했다. 하지만 카슈미르 국왕은 파키스탄 민병대가 기습해오자 인도로 편입을 결정한다. 현재는 파키스탄, 인도, 중국이 점령하여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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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미르 분쟁지역 |
2.1.2. 핵 개발 제재
인도는 1962년 중국에 맞서 핵 개발을 시도하였다. 이를 빌미로 미국은
30년간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인도에 자극받은 파키스탄은 1974년 핵 개발에
돌입하였다. 하지만 미국은 인도와 달리 파키스탄의 핵 개발에 대해서는
묵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인도의 불신을 키웠다.
2.1.3. 러시아와의 관계
카슈미르 문제가 UN에서 논의될 때 러시아(구 소련)는 항상 인도의
입장을 대변하며 비토권을 행사해 안건 상정을 막았다. 이는 인도 입장에서
"러시아는 믿을 수 있는 파트너"라는 인상을 주었다.
따라서 인도는
여야 구분 없이 러시아 비판이나 제재 참여는 반대하고 있다.
2.1.4. GPS 좌표 거부
카길 전쟁(파키스탄군이 영토 분쟁 중인 카슈미르 카길 지역 점거하여
인도군이 이에 대항하며 벌어진 전쟁) 당시 인도가 정밀 유도 미사일 발사를
위해 미국에 GPS 좌표를 요청했으나 미국이 거부했던 사건은 인도가 독자적인
GPS 시스템(NAVIC)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2.2. 미국과의 협력 필요성
인도는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임을 인지하고 있다.
악사이친 지역에서 중국과 영토 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2.2.1. 중국 견제
인도는 북부 악사이친 지역의 영토 분쟁, 네팔, 방글라데시아, 몰디브 등
남아시아 지역으로의 중국 영향력 확대로 인해 중국을 "큰 푸틴"으로 인식하며
심각한 안보 위협을 느끼고 있다. 중국과 파키스탄(작은 푸틴)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IPEF 가입은 중국을
대체할 '포스트 차이나'로서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한다.
실제로 작년에 인도-미국 무역은 인도 흑자로 마감하는 등 실질적인 경제적
이득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애플, 인텔 등 미국 기업의 인도 투자 움직임은
이러한 가능성을 더욱 뒷받침한다.
3. 인도의 내부 과제와 잠재력
3.1. 복잡한 내부
인도는 '국어가 없다', '22개 이상의 공용어', '22.3%의 문맹률', '수천 개의 최저 임금 규정', '30년 걸리는 소송 기간' 등 국가 통합과 효율적인 행정을 저해하는 복잡한 내부 문제를 안고 있다. 인도도 미국처럼 국가 체제가 연방제라고 보는게 타당하다.
3.2. '라이선스 라즈'의 폐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장점을 결합하려 했던 '혼합 경제'는 '라이선스
라즈'(License Raj: 허가 통치)라는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낳았다. 국가가
기업의 생산량에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는 방식은 기업의
혁신을 저해하고 뇌물수수를 일상화하며 제조업 발전을 가로막았다. 이는 세수
부족으로 이어져 도로, 상수도 등 국가 인프라 확충을 어렵게 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3.3. 낮은 제조업 경쟁력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인도의 제조업 경쟁력 지수는 매우 낮다(38위). 잘
나가는 IT 산업 역시 대부분 미국 IT 회사의 하청 업체이거나 수출형 업체로,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 아니다.
3.4. 막대한 잠재력
인도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3.4.1. 생존을 위한 노력
인도인들은 "생존의 문제로 접근"하여 교육과 일에 목숨을 걸고 열심히 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단련된 인도 인재들은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다. 미국 IT 기업 CEO에 인도계가 많은 것이 그 증거이다.3.4.2. 문제 해결 능력
과거 고액권 화폐 금지 조치 시 유럽이 10년이 걸려서 98%만 교체한 것을
인도는 60일 만에 0.7%를 제외한 모든 화폐를 교체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생존 문제 앞에서는 뭐든 해내는 인도인이라고 할 수
있다.
3.4.3. 개혁 의지
모디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은 제조업 육성을 위한 의지를 보여준다. 비록 아직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인프라 확충, 세금 제도 개혁 등을 통해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4. 인도 외교의 요약
수브라마냠 자이산카르 인도 외무장관의 말을 빌리면 인도 외교는 "미국에 관여하고, 중국을 관리하며 유럽과는 돈독하게, 러시아는 안심시키고 일본에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5. 한국과의 관계
한국은 인도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인도는 남아시아 지역 패권국으로 자기를 인식하고 있어 협상테이블에서 제대로 된 대화가 힘들다. 상호 대등한 눈높이에서 협력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인도는 생산연계 인센티브(Production Linked Incentive: 인도 자국내 제조업 투자유치를 위해 인센티브 및 보조금 지급, 세금 환급 등 혜택 제공)를 제공하여 2차 전지, 전자 부품,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제조업 분야에서 생산 연계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인도와 한국은 각각 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에서 균형 외교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유사성은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시사한다.
한국은 인도의 '갈지자 외교'를 이해하고, 인도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여 인도의 잠재력을 함께 끌어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 미래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6. 결론
결론적으로, 인도는 복잡한 내부 문제를 안고 있지만,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실용적인 외교 노선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과거의 불신과 현재의 협력 필요성이 공존하는 미국과의 관계, 중국이라는 위협과 제조업 강국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인도의 야심은 이 나라를 '다시 봐야 할 국가'로 만들고 있다.[참고영상]
"미국도 못 건드린다?! 인도의 실용외교", KBS1, 2022년 7월 3일
[강사]
강성용(서울대학교 교수 / 남아시아센터 센터장)
- 학력
-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철학 / 학사
- 함부르크 대학교 대학원 인도학, 티베트학, 철학 / 석사
- 함부르크 대학교 대학원 인도고전학 / 박사
- 현직
-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장
- 경력
- 빈 대학교 전임연구원
-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소 HK 조교수,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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