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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북경대학교 철학과 왕보 교수의 강의를 바탕으로 장자 철학의 핵심 주제인 '지식'과 '무지'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1. 지식에 대한 동양과 서양 철학의 관점
왕보 교수는 지식에 대한 인식이 서양 철학과 동양 철학에서 어떻게 다르게 전개되었는지 설명한다.
- 서양 철학의 전환: 임마누엘 칸트(Kant)는 전통 유럽 철학이 존재 문제에 집중했던 것을 지식 문제로 전환시키는 데 중요한 공헌을 했다. 이는 서양 철학이 지식의 본질과 인식의 한계에 대한 심층 탐구로 나가는 계기가 되었다.
- 중국 철학의 지식 긍정: 중국 철학의 대부분 학파는 지식을 매우 신뢰했다. 특히 유가(儒家)와 묵가(墨家)는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강조하며 지식과 지혜를 중요시했다. 그들에게 지식은 만물과 세계에 대한 이해 뿐만 아니라, 선악과 시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서 세상을 형성하고 변화시키는 긍정적인 힘으로 여겨졌다. 유가는 이러한 지식에 대한 낙관적 태도를 통해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2. 장자의 지식관: '무지(無知)'의 중요성
장자는 기존 철학의 지식 긍정론과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였다.
- 삼문삼부지(三問三不知): '삼문삼부지'는 지식에 대한 장자의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어떤 사람이 세 가지 질문("세상의 모든 사람이 옳다고 인정하는 것이 뭔지 아는가?", "우리가 사물을 이해하거나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가? "본인이 모르는 걸 아는가")을 했지만, 대답은 모두 "나는 모른다"였다. 이는 장자가 일반적인 지식에 대해 의심하고 무지를 강조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 관점의 중요성: 장자는 지식이 우리의 관점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니체가 "지식은 우리의 관점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듯이, 우리가 어떤 위치에서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다르게 인식된다.
- 이기관지(以己觀之): 자기 입장에서 보면 자신은 귀하고 남은 비천하게 보인다.
- 이물관지(以物觀之): 다른 사물의 입장에서 보면 귀천의 구별이 달라질 수 있다.
- 이속관지(以俗觀之): 일반적인 평가 기준에 따르면 귀천의 판단은 자신에게 있지 않고 외부 기준에 의해 결정된다.
- 이도관지(以道觀之): 도(道)의 관점에서 보면 사물 자체에는 좋고 나쁨, 옳고 그름, 귀하고 비천함의 구별이 없다.
2.1. 지식의 한계
- 공간적 제약: "정저지와(井底之蛙)" 우화처럼,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를 알 수 없다. 이는 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지식이 제한됨을 의미한다.
- 시간적 제약: 여름 매미는 겨울의 얼음을 알 수 없다. 이는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경험하고 인지할 수 있는 세계가 제한됨을 의미한다.
- 사유의 제약: 특정 관점에서 얻은 지식을 진리로 착각할 때, 그 편견이 우리를 속박하게 됨을 의미한다. 즉, 우리 자신의 생각이 우리의 지식을 제약 할 수 있다.
3. 진정한 지식으로서의 '무지(無知)'
장자에게 진정한 지식은 무지이다. 이는 단순히 아무것도 모른다는 의미가 아니라,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태도를 통해 기존의 지식에 얽매이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즉, 무지는 태도이자 지식이다.
- 반성적 태도: 무지는 우리가 소위 지식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노자(老子)의 知不知上, 不知知病也라는 말처럼,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 최고의 지혜이며,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 것은 병든 상태이다. 이는 맹목적으로 믿지 않고 모든 지식에 대해 반성적인 입장을 취해야 함을 강조한다.
- 무(無)에 대한 지식: 무지는 또한 무(無)에 대한 지식이다. 장자에게 무는 단순히 없음이 아니라, 있음(有)을 부정함으로써 모든 속박과 한계를 깨뜨리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유'의 세계를 믿는 순간, 우리는 그 세계에 갇히게 되고 특정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무'는 모든 제약, 경계, 닫힌 마음을 깨뜨리고 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을 갖게 한다. 이러한 '무'에 대한 지식은 모든 한계를 초월하는 지식이다.
4. 초월(超越)의 핵심: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해방
장자 철학에서 진정한 초월은 외부적인 한계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내면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의미한다. - 관점 전환을 통한 자기 초월: 장자는 가장 근본적인 한계가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강조한다. "관점은 나의 시각이기 때문이다다. 이것이 단지 나의 관점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나의 관점 외에 다른 관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나는 초월할 수 있게 된다. 무엇을 초월하는가? 바로 나 자신을 초월하는 것이다."
- '붕새(鵬)'의 비유: 장자의 첫 번째 편인 <소요유(逍遙遊)>의 '곤(鯤)'이 '붕새(鵬)'로 변하는 비유는 자기 초월의 과정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북해의 거대한 물고기 곤이 붕으로 변하여 구만리 상공을 날아오르는 것은, 자신(작은 시각)을 초월하여 다른 형태(더 큰 시각)로 변모하고,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자신의 사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을 상징한다. 하늘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 비로소 진정한 자기 초월이 완성된다.
- 초월의 전제: 이러한 초월의 이해는 '관점의 전환'을 전제로 한다. 우리가 관점을 전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자유와 넓은 인식을 얻을 수 있다.
5. 결론
결론적으로, 장자는 지식을 단순히 정보를 얻는 행위로 보지 않고,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과 그 한계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해했다. 장자에게 진정한 지혜는 특정 관점과 편견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과 기존의 지식을 의심하며, '무'를 통해 모든 한계를 초월하는 '무지'의 태도를 갖는 것이다. 이는 현대인들에게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참고영상]
"왕보 <장자> 3강 삼문삼부지: 모른다는 것도 모른다", EBS, 1월 22일, 2025년
[저자]
왕보
- 북경대학교 부총장
- 북경대학교 철학과 교수 역임
- 북경대학교 옌칭 아카데미 부학장
- 중국 교육부 정강학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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